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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보 경제지식] 이젠 환경도 생각할 때 (1/2)편
    초보 경제지식 2018. 10. 25. 11:02

     

    경제발전의 두 얼굴

    환경문제는 사람들이 문명사회를 이루어 주변의 환경을 이용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기원전 1세기경 로마제국에서 물이 식수로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오염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환경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후반부터로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1972년 6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하나뿐인 지구(Only One Earth)'라는 주제로 유엔 인간환경회의가 처음으로 열렸습니다. 이때부터 사람들이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된 이유는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자원의 고갈, 수질과 대기의 오염, 삼림의 훼손 등으로 인류의 생존 자체가 크게 위협받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자연환경을 개발하여 경제발전을 이루고 이를 통해 생활 수준의 향상이라는 혜택을 누려왔습니다. 그러나 경제발전은 자연환경의 훼손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가다간 환경의 훼손이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한 일부에서는 더 이상의 개발을 자제하자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0의 성장'을 말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산업화를 아직 이루지 못한 국가들, 즉 제3세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왜냐하면 산업화를 통하여 경제발전을 이루려는 이들 국가에 '0의 성장'이란 산업화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결국 범세계적인 산업화는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이고, 그 결과 환경문제에 대한 국제적 논란 역시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제3세계란 세계 2차대전 직후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냉전체제가 지속하던 중 유고슬라비아가 미국과 소련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자적인 노선을 택하면서 생겨난 개념입니다. 최근에는 인도, 인도네시아, 이집트 등과 같이 개발도상국 대열에 끼지 못한, 경제적으로 뒤진 국가들을 가리키는 말로 쓰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시커멓게 오염된 하천, 유해물질로 가득 찬 대도시 공기 등이 급속한 경제발전의 결과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강 중상류에 건설된 댐, 백두대간을 넘나드는 수많은 송전탑, 핵폐기물저장소의 건설과 같은 것들은 에너지시설 확충의 산물들입니다. 경제발전을 위하여 에너지를 원활하게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제 경제발전 과정에서 항상 뒤따르게 마련인 환경문제를 더는 못 본 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환경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제시되어 왔습니다. 그런데도 환경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환경문제는 생산, 소비 등 경제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부효과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시장기구에 의해 잘 해결되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앞에서 이미 보았듯이 외부불경제가 발생할 때 시장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실패하게 됩니다. 해로운 외부효과를 발생시킨 사람은 이에 대해 어떠한 대가를 내지 않아도 되므로 하천이나 대기에 오염물질을 마구 버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장실패에 대해 정부가 적절히 개입하지 않으면 환경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둘째,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다양한 집단의 이해가 서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정책을 수립하기 어렵습니다. 생산시설 확충이나 자원개발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은 환경보호라는 말을 귀찮게 여길 것이며, 오히려 개발 관련 각종 환경규제를 풀라고 요구할 것입니다. 반면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규제를 더욱 강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일 것입니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정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끝으로 환경오염은 원인과 결과에 있어 시차가 있다는 점입니다. 초기 단계에서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약간의 불쾌감만을 주는 정도여서 대다수 사람이 이를 인식조차 못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오염의 정도가 심해진 후에야 비로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환경오염의 발생과 그로 인한 피해가 거의 동시에 일어나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누구인지 명백하다면 좀 더 쉽게 문제를 풀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러한 속성은 환경오염의 인과관계 파악을 힘들게 하고, 그 결과 문제가 한번 발생하면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우며,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되는 것입니다.

     

     

    지리산 속의 반달가슴곰, 왜 불행할까?

     

    우리 주위에 있는 물건들은 대부분 사유재산입니다. 개인의 소유권이 확보된 물건에는 주인이 있습니다. 물건의 주인은 자신의 이익을 최대로 하기 위해 물건을 잘 아끼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개인의 이익 추구 행위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러나 개인의 소유권이 없는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맑은 공기, 깨끗한 물, 혼잡한 도로, 바닷속 물고기와 같은 야생동물들이 그 예에 속합니다. 이를 공유자원이라고 하는데, 원하면 누구나 공짜로 소비하거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공유자원을 먼저 소비하면 그만큼 다른 사람은 소비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러한 속성은 사람들이 개발이라는 핑계로 자연환경에 손을 대게 하였으며 수많은 야생동물의 목숨을 앗아 갔습니다. 여기서 공유자원이란 개인의 소유권이 없는 바닷속 물고기나 깨끗한 물처럼 소비에 있어 배제성은 없지만, 경합성이 존재하는 공공재를 말합니다.

     

     

    사람들은 자기의 소유물을 최대한 아기고 보호하려 합니다. 이에 반해 공유자원은 소유권이 불분명해 이러한 유인이 없습니다. 공유자원을 잘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이 원칙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자기가 이 원칙을 지킬 때 다른 사람들이 이를 어기면 자기만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바닷속의 물고기가 남획되고 공기와 물이 쉽게 오염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처럼 개인의 소유권이 없어 공유자원이 적절히 보호받지 못하고 지나치게 사용되어 고갈되거나 황폐해지는 현상을 '공유자원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우리가 사는 자연환경이 처한 비극적인 운명을 잘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공유자원의 비극이란 개인의 소유권이 없어 공유자원이 적절히 보호받지 못하고 지나치게 사용되어 고갈되거나 황폐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고속도로나 강을 개인재산으로 소유하고 있다면 그는 사람들이 쓰레기나 폐수를 함부로 버리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고속도로가 쓰레기로 뒤덮이면 이를 치우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들 것이고, 강물이 오염되면 식수로 쓰기는커녕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등 자신에게 막대한 피해가 돌아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누구도 고속도로나 강에 대해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모든 국민의 공유자원이라는 막연한 소유권만 있을 뿐입니다.

     

     

    정부는 수년 전부터 멸종위기에 처한 반달가슴곰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러시아에서 수입된 반달가슴곰을 지리산에 풀어주고 추적 장치를 달아 야생에서 장 적응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반달가슴곰은 동물원에 있을 때 사유재산이지만 산속에 있을 때는 공유자원이 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반달가슴곰은 산속에서 살 때 더 행복할 것입니다. 그러나 산속의 반달가슴곰은 늘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그를 노리는 밀렵꾼이 어디서 나타날 지 모르고 여기저기 놓인 올무가 언제 그의 발을 조여 올지 모릅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동물원에 있는 반달가슴곰이 더 행복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공유자원의 비극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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